제18대 대선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당선됨에 따라 향후 원전 정책 기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장 지난달 설계수명을 다한 월성원전 1호기의 계속운전 여부 결정이 새 정부의 원전 정책을 점칠 수 있는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식경제부는 대선 이틀전인 17일 보도참고자료를 내고 “원전의 설계수명은 안전성과 성능기준을 만족하면서 운전 가능한 최소한의 기간으로, 계속운전이 불가능한 기술적 제한기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날 대선후보간 TV토론을 의식한 모양새다.
당시 TV토론에서 민주통합당 문재인 전 후보는 “박 후보는 설계 수명이 끝난 원전에 대해 스트레스 검사를 거쳐 폐기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는데, 위험하지 않느냐”고 했고, 박근혜 당시 후보는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국민이 확신할 수 있을 정도로 투명하고 철저하게 검사하는 게 중요하다”고 맞받았다.
대선과정과 공약에서 보여준 박 당선인의 원전 정책은 현 정권이 최근 취하고 있는 노선과 맥을 같이한다. 기존 원전은 유지하되 안전을 최우선으로 관리한다는 게 박 당선인 공약의 골자다.
현 정부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 이어 국내에서 원전 관련 사건·사고가 잇따르자 안전성을 강조하며 숨을 고르고 있는 상태다.
박 당선인은 다만 노후 원전에 대해서는 유럽연합(EU) 방식의 스트레스 테스트 등을 통해 수명연장 여부를 심사과정을 보다 엄격히 심사하겠다는 뜻을 밝혀 차별화를 시도했다. 스트레스 테스트는 극단적인 재해가 발생했을 때 각 원자로가 어떻게 대응할 수 있는지를 살펴보는 내구성 검사다.
경북 경주시 양남면에 자리 잡은 67만9000kW급 월성 1호기는 지난달 20일 30년의 설계수명이 끝나 가동 중단된 상태다. 한수원은 월성 1호기의 수명연장을 위해 2009년부터 2년여에 걸쳐 대규모 설비개선을 추진하면서 계속운전에 필요한 주요조치들을 마무리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규제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가 결론을 내리지 않아 월성 1호기는 가동 중단 상태에 놓였다. 논란이 많은 사안인 만큼 최종결정을 대선 이후로 미뤘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따라서 월성 1호기의 가동 여부는 새로 출범할 박근혜 정부의 판단에 달린 셈이 됐다. 동시에 끝없는 갈등을 야기하는 원전 정책에 대한 관리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뜻이기도 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새 정부의 원전 정책이 지금과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며 “안전성을 강조한다고 하지만 현 기조를 유지하는 수준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