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27년까지 전력예비율을 22%로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한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1월 31일 발표했다.
6차 전력수급계획안에 따르면 총 2957만kW 규모의 전력설비를 추가로 건설하게 된다. 이중 석탄화력이 1050만kW, LNG복합화력 480만kW, 신재생에너지 456만kW, 집단에너지가 371만kW를 담당하게 된다. 나머지 600만kW에 대해서는 원자력으로 할 지 화력발전으로 할지 결정되지 않았다.
지난 5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비교해볼 때 이번 6차의 특징은 우선 전력예비율을 대폭 높였다는 점이다. 5차에서는 2024년 설비예비율 목표가 18.2%였던 것에 비해 6차에서는 2027년 22%로 높였다.
또 석탄화력과 신재생에너지의 발전비중을 대폭 높였다는 것도 눈에 띈다.
특히 신재생에너지의 경우 1차 국기본에서는 2027년 기준 발전량 비중 7%를 설정했지만, 이번에는 12%라는 공격적인 목표를 설정했다. 설비기준으로도 20%나 된다.
마지막으로 민간 비중이 대폭 높아졌다는 점이다. 5차까지만 해도 민간의 석탄발전은 거의 없었지만, 이번에는 12기 중 8기를 민간 기업들이 맡게 됐다.
하지만 이번 6차 수급기본계획과 관련해서는 많은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1일 공청회 개최를 불과 4일 전에 공지한 것과 관련해 국회 김제남 의원과 홍의락 의원 등이 문제를 제기하자 정부는 1월 31일 국회에서 지경위 위원을 대상으로 제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관련해 긴급 간담회를 가졌다.
하지만 1일 열릴 예정이던 공청회는 전력노조와 발전노조, 시민단체 등에서 점거해 무산됐다.
제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관련한 주요 논쟁은 다음과 같다.

1. 수급계획 수립 위해 충분한 의견 수렴 거쳤나
제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과정에 대해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한 전문가들은 과거의 폐쇄적인 행태를 답습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국가 전력정책의 중요한 근간임에도 불구하고 법적 절차를 따르지 않고, 자의적으로 본 계획수립을 추진했다는 것.
이상훈 에너지시민연대 정책위원은 “이번 6차 계획의 전력수급분과위원으로 참여했는데 실제 회의에 참여한 것은 1~2차례에 불과했다”며 “보다 실질적인 논의의 장이 마련됐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계획안 수립에 직접 참여했던 한 위원도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놓고 여기에 맞춰 수급계획을 짜야 했다”고 털어 놨다.
이에 대해 정승일 지식경제부 에너지산업정책관은 “5차 때는 4개 분과위원회가 있었지만, 이번에는 보다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2개로 줄여 전체 회의 건수도 자연스레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며 “하지만 수립과정은 투명했다”고 해명했다.

2. 민간발전사업자 대폭 선정…사실상 전력시장의 민영화(?)
전력노조는 공청회장에서 “대기업 재벌 특혜 민자발전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며 “민자발전이 확대되면 전기요금이 폭등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양이원영 사무처장도 “민간사업자의 과도한 이익이 바로 한전의 손실로 이어져 국민적 부담이 우려된다”며 “한전의 적자 문제를 해소하지 않고 전력사업에서 민간 기업이 과다한 수익을 올리는 것은 안된다”고 지적했다.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민간 대기업에서 석탄 8기 800만kW, LNG발전소 4기 376만kW 등 총 1176만kW 용량의 발전소를 건설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이관섭 지식경제부 에너지자원실장은 “민간 발전회사가 더 이상 폭리를 취하기는 힘들다”며 “이익률이 10%를 넘지 않는 선에서 조절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실장은 또 “정부도 정산가격 상한제를 도입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앞으로 전력 예비율이 높아지면 반대로 발전소 가동률이 낮아져 정부의 보조가 필요할지 모른다”고 밝혔다.

3. 전기요금 등 수요 예측 기준 적절했나.
기준수요 전망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의견도 많다. 정부는 오는 2027년까지 연평균 3.5%의 경제성장률을 기준으로 전력수요 예측을 통해 설비 확충 계획을 수립했다.
또 전기요금은 매년 물가상승률 전망의 1/3수준을 반영했다.
이와 관련 진상현 경북대 교수(수요계획실무소위 위원)는 “정부가 물가 상승률에 못 미치는 수준에서 전기요금 인상분을 설정한 것은 기업들에게 앞으로 전기요금 인상폭을 최소화 하겠다는 신호를 준 것”이라며 “전기요금을 낮추면서 수요관리를 강화하겠다는 것은 계획과 실행의 불일치를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진 교수는 또 “이번 수급계획에서 낮은 전기요금을 전제로 수요예측치를 상정한 것은 앞으로 기업들에게 전기를 맘 놓고 쓰라는 것과 같다”며 “수요관리 계획을 얘기하고 있지만, 공급을 늘려 수요를 맞추겠다는 생각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진 교수는 아울러 “수급계획은 국가에너지기본계획과 전기요금 체계를 꼼꼼히 보면서 수립해야 한다”며 “전기요금 체계가 바뀌면 다시 짜야한다”고 덧붙였다.
양이원영 에너지시민회의 사무처장도 “요금인상을 최소화하고 수요관리를 강화하겠다는 것은 박근혜 당선인의 공약과도 정면 배치된다”며 “박 당선인은 비합리적인 전기요금으로 인해 전기사용이 불편하고 수요관리 효과가 낮은 만큼, 실효적인 수요관리를 위해 전기 등 에너지요금 체계의 전면 개편을 약속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관섭 에너지자원실장은 “요금 조절을 통해 수요관리를 하는 것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찬성한다”면서도 “현실적으로는 물가 상승 억제 차원에서 전기요금을 인상하는 게 쉽지는 않다”고 토로했다.
이 실장은 또 “우리나라는 전기를 많이 소비하는 제조업 비중이 높은데, 전기요금 인상은 관련 산업의 경쟁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전기요금은 민생에도 영향이 있는 만큼 이는 정권의 ‘가치와 철학’의 문제”라고 말했다.

4. 석탄화력 확대, 온실가스감축목표 달성 가능할까.
석탄화력 증가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 증가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도 주요 논쟁거리다. 석탄화력의 지속적인 확대로 인해 2027년 피크기여도 기준으로 석탄화력 비중은 34.6%에 달할 전망이다.
양이원영 에너지시민회의 사무처장은 “MB정부가 설정한 2020년까지 자연증가분(AV) 대비 온실가스 30% 감축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며 “이는 결국 정부 목표와 상충되는 것이 아니냐”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관섭 실장은 “장기적으로 전력 생산원가만을 고려하면 석탄화력이 가장 적절하지만, 단기적으로 부족한 전력을 고려하면 LNG발전소가 필요하다”며 “이산화탄소 배출의 경우 각 발전소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감안했기 때문에 목표 달성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5. 이번에 빠진 송전망 건설계획은 어떻게 되나.
이번 계획안에는 발전설비계획만큼 중요한 송배전설비계획이 빠져 있다.
때문에 발전소 건설에 맞춰 송전선로가 제대로 건설될 수 있는지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2018년부터 발전소가 준공돼 가동에 들어가는데 5~6년 남은 기간 동안 송전선로의 건설이 가능하겠냐는 것이다. 송전선로 건설은 민원에 따른 공기지연으로 제때 건설이 힘든 상황이다.
김창섭 가천대 에너지 IT공학과 교수(설비계획 실무소위원장)는 “발전소건설에 맞춰 송전망 건설이 제때 이뤄질지 우려가 된다”며 “특히 수도권의 포화된 망에 대해서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전은 수급계획 발표 이후 발전소 부지, 설비용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전반적인 송전선로 건설계획을 발표할 계획이다. 수급계획 발표 후 4개월 정도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