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인 전기요금체계 개편에 대한 논의가 국회 차원에서 본격화 될 전망이다.
김한표 국회의원(경남 거제시, 새누리당)은 6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기초전력연구원(원장 김용권)과 공동으로 '전력요금과 국가에너지산업발전' 을 위한 포럼을 개최했다.
김한표 의원은 인사말에서 "상대적으로 값이 싼 전기요금으로 인해 석유나 가스로부터의 대체소비가 발생하고, 에너지절약설비 도입지연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며 "전력요금체계 개편을 위해서는 기업 활동 위축, 물가상승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만큼 논의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고 밝혔다.
김 의원은 "앞으로 에너지 환경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새로운 전력 요금 체계에 대한 폭넓은 의견 교환이 하루 빨리 이뤄져야 한다" 고 강조했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은 "정부는 그동안 전기부족 때문에 골치를 앓았는데 1월에는 추운 날이 많았어도 전력공급을 잘 유지해 수요관리를 한번도 안했다" 며 "하지만 전력공급 정책은 단기적인 대책만으로 갈수 없는 만큼 중장기 대안이 필요한데, 토론회에서 나온 좋은 의견을 정부나 전력당국이 정책에 반영하도록 하겠다" 말했다.
이날 토론은 약 3시간에 걸쳐 진행됐으며 홍석우 지식경제부장관, 강창일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위원장, 정우택 새누리당 최고 위원, 이주영 의원, 김기현 의원 등 정관계 인사와 한국전력공사 조인국 부사장, 전력거래소 남호기 이사장, 한국남부발전 이상호 사장, 장세창 전기산업진흥회 회장 등 전력산업 관계자 200여명이 참석, 전력요금체계 개편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이날 토론회 발제에 나선 기초전력연구원 김용권 원장은 '전력요금과 국가 에너지산업' 이란 주제 발표에서 "저렴한 전기요금이 소비증가를 일으키고 있으며, 에너지소비 왜곡을 가져왔다" 고 주장했다. 김 원장은 "2000년을 기준으로 등유는 2.5배 상승한 반면 전기료는 1.2배 올랐다" 며 "소비는 당연히 가격이 싼 쪽으로 움직인다" 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우리나라의 전기요금은 OECD 국가중에서 가장 낮은 상황이며, 아시아국가 중에서도 낮은 요금을 유지하고 있다" 고 말했다. 반면에 "GDP 대비 1인당 소비량은 미국 다음으로 많다" 며 "우리나라는 경제성장률을 웃도는 기형적인 에너지다소비 구조를 갖고 있다" 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우리나라는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사회가 되고 있으며, 전기요금이 싼 것이 좋은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에 왔다" 고 말했다.
저렴한 전기요금은 전력기기산업 발전에도 저해가 된다는 주장도 나왔다.
박동석 전기산업진흥회 이사(산일전기 대표)는 "원가 이하의 전기요금이 지속되면서 한전의 적자가 누적되고 이는 한전의 설비투자 축소로 이어져 전력기기산업 전체에 경영압박을 가하고 있다" 고 말했다.
박 이사는 "전력기기산업은 주문형 생산체제를 띠고 있기 때문에 자동화 및 대량생산이 어렵고, 또 수요자가 불특정 다수가 아닌 한전 등 에너지공기업" 이라며 "최대 수요처인 한전의 구매가 줄면서 관련 산업 전체가 부도 도미노에 놓여있다" 고 말했다.
박 이사는 "특히 한전의 원가절감 노력이 협력사에게 고통으로 전가되고, 전력기기 물량감소, 납품단가 인하, 교체주기 연장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고 말했다.
박 이사에 따르면 지난 2008년 한전의 선로 수선유지비는 9587억원 이었으나 적자가 본격 시작되면서 지난 2011년에는 7414억원 까지 줄었다. 주요 전력 기자재인 전선과 개폐기는 지난 2009년 대비 2011년에 25% 넘게 구매물량이 줄었다. 변압기 구매물량도 이 기간동안 6% 넘게 줄었다.
박 이사는“이런 이유 때문에 배전분야 전력기기를 생산하는 대다수 중소기업은 경영여건이 악화 됐으며, 특히 한전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일부 중소기업은 심각한 상황에 봉착했다”고 말했다.
전력기기는 지난 2007년부터 최근 5년간 연평균 12.3%씩 증가해 2011년에는 출하량을 기준으로 생산금액이 36조 4000억원에 달했다. 수출도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51억달러의 수출을 달성했다.
박 이사는 "관련 산업 발전을 위해서라도 전기요금 현실화는 필요하며, 요금이 수요와 공급 사이에서 사회적 비용의 발생을 최소화 할 수 있는 균형추 역할을 해야한다" 고 주문했다.
김창섭 교수(가천대)는 '새로운 에너지세제 시스템의 필요성 및 방향' 에 대한 발표를 통해 "지나치게 빠른 전기화 속도가 문제며, 과도한 전기사용을 막기위해선 전기요금은 최소한 유류비 보다 비싸야 한다" 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1차 에너지인 유류와 2차 에너지인 전기의 요금 역전을 위해 전기요금은 소폭 올리고, 유류세는 낮춰야 한다" 고 밝혔다.
김 교수는 "현재와 같이 전기사용이 빠르게 진행되면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는 '물량파동'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데 전기공급을 자신할 수 있는가를 고민해야 한다" 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발전소와 송전탑 건설이 어려운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수도권에서 전기를 집중적으로 사용하는데 블랙아웃 가능성에 대해 자신있게 'NO' 라고 말하는 사람이 없다" 고 말했다.
김 교수는 "장기적으로 전기요금이 유가보다 높아야 하며, 목표치는 그렇게 잡아야 한다" 고 말했다. 하지만 "1, 2차 에너지 상대 가격으로 볼 때 전기요금은 현재보다 80% 올라야 등유 가격을 추월한다 "며 "물가를 생각할 때 현실성은 떨어진다" 고 말했다.
김 교수는 "전기요금을 원가회수율로 보는게 적정한지, 전기화를 미루기 위해 에너지믹스 차원에서 고려해야 할지 논의가 필요한 시점" 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전기요금 인상 방안을 요금보다는 세금으로 접근 할 것" 을 주문했다.
그는 "현재 사실상 면세인 발전용 유연탄과 원자력에 대한 새로운 과세가 필요하며, 유연탄에 대해 발전용 LNG와 동일한 기준으로 과세를 할 경우 약 5조원의 징수가 가능하다" 고 설명했다.
산업계를 대표해서 참석한 오일환 부회장(한국철강협회)은 "2000년 이후 14차례 전기요금을 조정하면서 '산업용' 이 중심이 됐다" 고 말했다.
이 기간동안 산업용 전기요금은 78.2% 상승했다. 오 부회장은 "지난 1월 9일 전기요금이 인상되면서 산업용의 총괄원가회수율은 100%를 초과했으며, 앞으로는 전압별·실시간 요금제도의 도입 등 요금체계 개선방향과 함께 요금종별 원가회수율을 고려해야 한다" 고 말했다. 특히 "산업용요금은 총괄원가회수율에서 100%를 초과한 만큼 산업용 중심의 요금조정은 명분이 없다" 고 주장했다.
오 부회장은 부하관리를 위한 요금제도의 개선을 지적했다.
오 부회장은 "한전이 지난해 9월부터 토요일에 계시별 요금제도를 강화해 시행하고 있는데, 토요일 부하는 평일 중간부하 보다 현격히 낮은 만큼 중간부하요금의 대폭적인 조정이 필요하며, 토요일 중간부하 요금을 현재 kWh 100원에서 75원으로 인하 해줄 것" 을 건의했다.
또 "현재 시범 사용중인 선택형피크요금제도에 대해서도 산업용·일반용 전체까지 확대하고, 연중 상설요금제로 확대 시행할 경우 발전소 건설 투자비와 수요관리 예산을 줄일 수 있다" 고 밝혔다.
소비자를 대표하여 참석한 소비자시민모임 이은영 박사는 가격이 시장에서 수급조절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전기요금 체계를 개선하되, 저소득층 에너지요금은 별도의 복지제도로 직접 지원하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