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원전기]

7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는 국회 본관에서 '2차에너지기본계획 공청회'를 열고 워킹그룹이 제시한 초안에 대해 논의했다. 공청회에는 원전분과위원장인 박주헌 동덕여대 교수와 윤순진 서울대 교수, 노동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가 진술인으로 참석했다. 정부측에서는 김준동 에너지자원실장과 송유종 에너지자원정책관이 입회했다.

민관합동 워킹그룹이 2차 에너지기본계획 초안을 만들면서 핵심 전제인 에너지 수요전망에 대해서는 별도의 분석을 거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 측에서 제공한 수요예측 자료를 토대로 모든 논의가 진행돼 결국은 정부가 밑그림을 다 그린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올해 처음 민관합동 워킹그룹을 발족한 취지 자체가 흐려졌다는 평가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오영식 민주당 의원은 7일 국회에서 열린 ‘2차 에너지기본계획에 대한 공청회’에서 “에너지기본계획의 출발점은 수요전망인데 확인해본 바에 따르면 워킹그룹은 수요전망에 관한 주요 자료를 에너지경제연구원에서 제출받았다”며 “전력수요가 연평균 2.5%씩 증가할 것으로 예측한 것은 워킹그룹 내에서 합의가 된 내용이냐”고 물었다.

이날 공청회에 진술인으로 참석한 박주헌 동덕여대 교수(원전분과위원장)가 이에 대해 초안 수립에 활용한 에너지 수요전망자료는 “(정부로부터) 주어진 것이다”라고 답하면서 에너지기본계획 민관합동 워킹그룹이 자체적으로 수요전망을 하지 않고 정부로부터 일방적으로 자료를 제공받아 초안을 만든 것이 드러났다.

정부는 지난 5월 시민단체, 학계, 산업계 등 60여명의 이해관계자로 실무작업반을 구성하고 5개 워킹그룹(총괄·수요·전력·원전·신재생)이 2차 에너지기본계획의 초안을 만들도록 했다. 워킹그룹은 지난 8월 7대 중점과제를 도출했고, 이를 바탕으로 원전비중(22~29%), 신재생 보급목표(11%) 등이 담긴 기본계획 초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워킹그룹이 정부에서 받은 수요전망치를 그대로 가져다 초안을 작성했다고 밝혀지면서 결국 이전 계획과 달라진 것이 무엇이냐는 지적이 나온다. 에너지정책을 공급위주에서 수요 위주로 전환하려면 수요예측 방법부터 달리해야하는데, 정부는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수요전망을 했고 워킹그룹은 해당 자료를 일방적으로 제공받았다는 얘기다.

오 의원은 “현재 에너지기본계획을 둘러싼 논란의 핵심은 수요전망이 과연 적절한지 여부”라며 “충분한 논의와 검증을 통해 에너지 수요전망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내는 게 민관워킹그룹을 만들어 초안을 마련하려했던 취지였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현재 4개 정부부처와 8개 기관이 참여하는 공동작업반을 구성해 에너지경제연구원이 내놓은 에너지수요전망 초안을 검증·보완 중이다.

초안에 따르면 2035년까지 전력수요는 매년 2.5%씩 늘어날 전망이며, 목표수요는 연평균 1.8%까지 억제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는 전력수요가 2011년보다 80% 이상 늘어나는 수준으로, 정부는 수요전망수치가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저렴한 전력요금이 수요 증가의 원인인데다가, 전력수요 증가세가 점차 둔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2.5%라는 수치는 지나치다고 지적하고 있다. 수요전망을 과도하게 할 경우 원전을 포함해 확충해야하는 발전설비가 늘어나고, 실제 에너지소비량도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악순환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에너지정책 수립의 근간이 수요전망이라는 점에서 과소예측이냐 과대예측이냐가 민감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오 의원은 “워킹그룹이 책임 있는 수요전망치를 내놓긴 어렵더라도 그 중요성을 고려했을 때 또 다른 프로세스를 통해 수요전망치를 내놨어야한다”며 “그동안 에너지정책이 공급위주였고 앞으로 정책적 전환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이 있었다면, 수요예측에 그러한 문제의식을 반영했어야했다”고 강조했다.

정부 측 배석인으로 참석한 송유종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정책관은 “에너지 수요전망에는 에너지경제연구원, 한국개발연구원, 산업연구원 등이 참여했고 온실가스와 관련해선 환경부가 직접 참여했다”며 “수요전망이 균형 있게 이뤄졌고, 민관워킹그룹 총괄분과에서는 수요전망의 주요 전제치에 대해 검토했다”고 해명했다.

강창일 국회산업통상자원위원장은 “워킹그룹에 따로 수요예측을 하는 분과가 있었어야하는데 정부에서 전망치를 제공해서 문제가 생겼다”며 “수요예측에 대해서는 상임위 차원에서 다시 한번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