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연으로 제조한 플러그 핀이 적용된 불법 멀티탭이 시장에서 버젓이 유통돼, 소비자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아연합금 플러그 핀으로 만들어진 멀티탭이 시장에 나오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초, 가격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일부 업체들이 황동 가격의 3분의 1 수준인 아연합금으로 핀을 제조하면서 부터다.
현행 KS규정은 플러그 핀이나 접촉부분의 경우 황동을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금속과 금속이 접촉할 경우 전위차가 많이 발생할수록 화재발생 위험이 높아지는데, 황동의 전위차가 가장 낮기 때문이다. 아연이나 쇠 등의 금속으로 플러그 핀을 만들수 없는 이유다.
그러나 최근 몇 년 간 원자재 가격이 오르자 일부업체들이 황동합금 대신 원가가 낮은 아연합금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한 플러그 핀 제조업체 대표는 "아연은 소재원가가 1kg 당 1687원으로, 3303원인 황동에 비해 현저히 낮다" 며 "최근 저가출혈경쟁이 팽배해 있는 배선기구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일부 업체들이 잘못된 선택을 하고 있는 것" 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에는 아연합금 플러그 핀을 공식적으로 제조할 수 있게 해달라는 업체도 생겨났다.
지난해 8월 기술표준원 신산업표준과 4동 1층 회의실에서는 전기용부속품 전문위원회가 열렸다. 플러그 핀 제조업체 한 곳이 아연합금 플러그 핀을 인정해 달라고 요청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 자리에서 전문위원들은 아연합금으로 제조되는 플러그 핀이 장시간 사용 조건에 부합할 수 없음을 지적하며, 규격 개정이 불가하다는 결론을 내린것으로 알려졌다. 또 아연합금 플러그 핀은 금속이 깨지는 약점이 있기 때문에 소비자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고 판단, 해당업체에 기술 보완을 요구했다.
이날 위원회에 참석한 업계 한 관계자는 "애초에 아연합금 플러그 핀에 대한 기술위원회가 열린 것 자체가 말이 안 됐다”고 토로했다. 아연합금 플러그 핀에 대한 행정당국의 애매한 태도 역시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업계 내부적인 자정활동의 일환으로 기술표준원에 여러 차례 질의와 민원을 접수했다" 면서 "그러나 아연합금 플러그 핀이 표준·기술 기준에 위배된다는 것에는 동의하면서도 대대적인 수거·조사에 대한 의지는 전혀 없어 보였다" 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기표원 관계자는 "황동과 아연 핀의 경우 외관적으로는 아무런 차이가 없어 성분시험을 하지 않으면 분별해내기 어렵다" 며 "관련 시험을 위한 예산을 책정, 빠른 시일 내에 조사에 착수할 수 있도록 검토하겠다" 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