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원전기]

특정 지역에 편중돼 있는 발전소를 전국 곳곳으로 분산시키려는 움직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번 달 발표될 2차 에너지기본계획에도 분산형 전원 확대가 주요 정책목표로 제시될 예정인 가운데, 정부는 집단에너지사업을 핵심 이행수단으로 보고 보급 확대를 위한 각종 제도 개선안을 준비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적자경영에 시달리고 있는 소규모 집단에너지사업을 비롯해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한 구역전기사업까지 총체적으로 들여다볼 작정이라 향후 집단에너지사업 여건이 개선될지 관련업계의 기대감도 고조되고 있다.

채희봉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수요관리정책단장은 11월 28일 에너지경제연구원 주최로 JW메리어트 호텔에서 열린 ‘집단에너지 정책세미나’에서 “집단에너지사업은 분산형 전원 확대의 핵심수단으로 부각되면서 재조명받고 있다”며 “그러나 현재 한국지역난방공사와 GS파워를 비롯한 나머지 민간사업자들은 구조적인 문제로 경제성이 악화되고 있어 현실과 동떨어진 낡은 규제들을 손질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분산형 전원 확대 정책은 2003년에 시작됐지만 그간 에너지정책에서 소외된 측면이 있었다”며 “이제는 중앙집중형 공급에서 탈피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집단에너지사업, 무엇이 문제였나= 국내 집단에너지사업은 1980년대 목동 열병합발전을 시작으로 꾸준히 확대돼 2013년 7월 기준 33개 사업자가 225만 세대와 755개 산업체에 열을 공급하고 있다. 집단에너지설비를 통해 생산되는 전력량은 국내 총 발전량의 5.3%를 차지한다.

그러나 가파르게 오르는 연료비 상승분을 열과 전기요금에 반영할 수 없어 사업자들은 경영난에 시달려 왔다. 특히 빅2 사업자로 불리는 한국지역난방공사와 GS파워를 제외한 나머지 사업자들은 도매 가스요금을 적용받지 못해 열을 팔면 팔수록 적자가 쌓이는 덫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더불어 뿌리 깊은 중앙집중형 공급논리는 송전선로 건설 회피비용 등에 따른 시장 보상을 원천적으로 차단해 집단에너지사업은 활성화보다는 내리막 길을 걸었다.
그러나 수도권 전력집중에 따른 송전망 포화와 밀양을 비롯한 송전탑 갈등이 심화되면서 집단에너지사업이 핵심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조영탁 한밭대 교수는 “송전망을 둘러싼 갈등은 사회적 소란이 아니라 구조적 위기로 인식해야한다”며 “수급안정과 갈등 완화를 위해 대규모 송전망 건설을 지양하고 집단에너지를 확대해 설비의 분산을 추진해야한다”고 말했다.

◆정부, 낡은 규제 전면손질= 정부도 이같은 문제의식에 공감하고 집단에너지 활성화를 위한 제도개선을 추진할 방침이다.

제도개선의 범위도 ▲집단에너지 가스가격 체계 ▲열요금 제도 ▲지역별 차등 송전망 요금 ▲열전비 규제 까지 전면적이다.

채 단장은 “집단에너지사업이 분산전원으로서 역할을 확대하려면 시장구조에 맞는 정책과 규제가 필요하다”며 “연료가격 인하와 열요금 제도 개선 등 원가부담 완화책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 송전요금이 전국적으로 동일한데 집단에너지의 경우 송전 혼잡회피 비용에 대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태”라며 “수요지 인근 발전소는 낮은 송전요금을 부과하는 방안도 장기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밖에 정부는 열전비 규제도 완화할 계획이다. 현재는 열 생산용량이 전기 생산용량보다 커야하지만, 기술 발달로 다양한 열·전기 생산모드 조합이 가능해진만큼 낡은 규제는 현실에 맞게 손을 보겠다는 방침이다.

구역전기사업의 경우 발전기 가동 의무기간을 현재 6~9월에서 5~10월로 완화하고 스마트그리드 표준모형과 접목해 활성화하는 방안도 고려하기로 했다.

채 단장은 “분산형 전원은 중요성에 비해 국내에서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중앙집중형 전원과 비교해 각종 차별이 여러 곳에 산재해 있는 만큼 이런 규제들에 대한 재검토가 이뤄져야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