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원전기]

1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탈핵에너지전환국회의원모임, 에너지시민회의 등의 주최로‘2차 에너지기본계획 수요검증 토론회’가 열렸다.

“과거의 정책 실패가 장기 에너지수요전망에 고스란히 반영되다보니 또다시 에너지수요가 급증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런 식으로는 공급위주의 에너지정책이 되풀이 될 수밖에 없다.” (안병옥 기후변화행동연구소장)

“장기 에너지수요전망은 옳고 그르냐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인식해야한다. 수요전망은 당위성을 담은 수치가 아니라, 객관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이렇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전망한 수치다.” (강윤영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2차 에너지기본계획 수립을 앞두고 정부의 장기 에너지수요전망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시민사회 진영에서는 에너지수요 전망이 부풀려졌다고 거세게 비판하고 있지만, 에너지수요 전망 작업을 주관한 국책 연구기관은 이들의 문제제기 자체가 적절치 않다고 반박하고 있다.

1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2차 에너지기본계획 수요검증 토론회’에서도 이같은 분위기는 이어졌다. 팽팽한 의견대립 속에, 정부는 앞으로 장기 에너지수요전망에 대한 갈등을 풀어나가야 한다는 숙제를 안게 됐다.

▲시민단체 반발산 정부 에너지수요전망안
정부는 2차 에너지기본계획 수립을 앞두고 올해 5월부터 2035년까지의 에너지수요전망 작업을 벌여왔다. 기후변화대응기본계획, 녹색성장 5개년계획, 에너지기본계획 등 에너지수요전망을 근간으로 하는 정부 계획의 불일치를 막기 위해 온실가스 감축로드맵 공동작업반에서 수요전망을 수행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전망모형에 따라 결과를 도출하고, 이를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가 검토하는 식이었다.

이를 통해 지난달 최종 확정된 에너지수요전망 기준안은 2035년까지 총에너지가 연평균 1.3%씩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전력의 경우, 전기다소비업종인 조립금속업과 서비스업의 성장세로 연평균 2.5%의 빠른 증가세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준안대로라면, 2030년 전력 사용량은 2011년보다 80%가 늘어나는 셈이다.

시민단체 쪽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에너지 수요를 최대한 줄여야하는 시점에서, 2011년보다 전력수요가 80% 늘어난다는 전망을 하고 이를 토대로 에너지정책을 수립하는 것은 잘못됐다는 문제의식에서다.

안병옥 기후변화행동연구소장은 “이번 장기 에너지수요전망은 경제성장률이나 인구·산업구조 변화 등의 지표보다는 과거 에너지소비 증가치를 더 크게 고려했다”며 “이런 구조에서는 과거의 에너지정책 실패가 수요전망에 그대로 반영돼 앞으로도 여전히 수요급증이 이어진다는 결론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실상 수요전망부터 잘못돼 있기 때문에 공급위주의 계획을 탈피할 수가 없다”며 “에너지기본계획의 기초라고 할수 있는 수요전망을 특정기관의 모형 하나에 의존해 수행한다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처장도 “최근 전력수요가 급증한 것은 정부의 전기요금 왜곡 등 정책적 실패에서 기인하는 바가 큰데, 이런 측면을 고려하지 않고 비정상적인 수요급증을 장기 에너지수요전망에 그대로 반영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에너지기본계획은 사회전반에 영향을 끼칠 문제이기 때문에 에너지수요전망에 대한 사회적 검증과 정부 주도의 토론이 있어야했음에도 정부는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에경연 “수요전망은 객관적인 숫자”

장기 에너지정책의 출발점이 되는 에너지 수요전망이 과다 예측될 경우 이는 공급설비의 확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수요관리 목표를 아무리 높게 설정한다고 해도, 수요 전망치 자체가 높으면 그만큼 공급설비를 확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수요관리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지만, 정부로서는 여전히 안정적인 에너지의 공급이라는 절대 명제를 외면할 수 없다는 점도 이같은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에너지수요가 급격하게 늘고 있는 데 우려가 많은 시민사회에서 정부의 장기 에너지수요전망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배경이다.

정부의 에너지수요전망 작업에 참여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들도 이에 대해서는 공감을 표하고 있다. 에너지소비가 현재와 같은 속도로 증가하는 데 우려도 표한다. 그러나 “에너지수요전망이 과다예측됐다”는 주장에 대해선 문제제기 자체가 잘못됐다는 입장이다. 에너지수요전망은 향후 에너지수요를 줄여 나가야한다는 정책적 의지나 가치관이 들어간 숫자가 아니라 경제성장률, 인구변화, 산업구조 등 각종 전제치를 통해 도출한 객관적 숫자라는 것이다.

강윤영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장기 에너지수요전망은 어떤 정책적 개입이 없다는 전제 하에 현재의 에너지소비 증가 추세가 지속된다면 향후 수요가 이 정도에 도달할 거라는 전망치”라며 “어떤 목적이나 특정인의 가치관이 개입된 방향을 제시하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강 연구위원은 “에너지수요전망이 제시되면 흔히 에너지정책의 바람직한 방향에 대해 많이 묻는데 사실 이는 기준안일 뿐이고, 앞으로 가야하는 방향은 수요관리를 반영해 수립해야할 목표치”라며 “연구원에서 추정한 기준치와는 완전히 다른 개념인데 혼동해서 사용되다보니 문제가 되고 있다”고 답답함을 드러냈다.

▲전문가들, 전망모형 공개·다양한 기관 참여 필요 지적

전문가들은 이번 수요전망 논란에 대해 전망모형을 공개하고 다양한 그룹을 참여시킬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에너지 수요전망 작업의 진행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아 논란을 자초한 측면이 있다는 얘기다.

장우석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원은 “에너지수요를 어떻게 전망했는지 자세한 전망모형이 공개되지 않다보니 논란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며 “의도에 따라 GDP, 유가전망 등의 전제치가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책 한권이 된다고 하더라도 수요전망 모형에 대해 낱낱이 공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홍종호 서울대 교수도 “에너지기본계획처럼 중요한 국가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에너지경제연구원의 모형에만 의존해 정부가 의사결정을 하는 것은 위험부담이 크다”며 “다양한 전문가들이 참여해 각종 전망 모형으로 최적의 방법을 찾아야한다”고 말했다.

또 “에너지수요의 급증은 국가 전체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명백하기 때문에 전기요금 상승 이라든지 주요 전제치가 변화할 때 에너지수요도 얼만큼 줄어들 수 있다는 내용을 함께 공개한다면 국민들의 당혹감도 줄어들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