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원전기]

4일 더케이호텔 서울에서 열린‘아시아풍력협회 창립기념 풍력활성화 심포지움’에서 (왼쪽부터) 이창호 전기연구원 박사, 김두훈 유니슨 사장, 오정배 아시아풍력협회 부회장, 남궁재용 산업부 서기관, 유태승 대림산업 해상풍력팀장이 패널토론을 하고 있다.

‘2011년 11개. 2014년 6개’

메가와트(MW)급 풍력터빈을 제조하는 국내 기업의 숫자다.

자동차 산업의 뒤를 이을 ‘제2의 수출산업’으로 기대를 모았던 국내 풍력산업이 이른 쇠퇴의 길을 걷고 있다. 좁은 내수시장이 트랙 레코드(운전 실적)의 부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면서 업계의 위기감도 점차 고조되고 있다.

아시아풍력협회에 따르면 최근 2~3년간 국내 풍력 설치량은 70MW 내외인 것으로 나타났다. 누적 설치량은 약 560MW 정도다.

이웃 중국은 단위부터 다르다. 지난해 중국 내에서 설치된 풍력은 원전 91기 규모인 91GW에 달했다. 국내에서 15년간 설치된 풍력발전이 중국에서는 1~2주면 설치되는 셈이다. 설치시장이 활기를 띄다보니 전세계 10위권 풍력기업 명단에 이름을 올린 중국 업체도 3군데나 된다.

반면 국내 풍력업계는 트랙 레코드 부족, 밸류체인 형성 지연, 기술혁신 부진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최근에는 치킨게임의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수익성 악화를 견디지 못하는 일부 기업은 사업부를 폐쇄하거나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오정배 블루윈드엔지니어링 대표는 4일 더케이호텔 서울에서 열린 ‘아시아풍력협회 창립기념 풍력활성화 심포지움’에서 “불과 3~4년 전만해도 국내외에서는 중공업과 조선업 강국인 우리나라가 풍력산업에서도 큰 성과를 낼 것으로 예견했다”며 “그러나 현 상황은 장밋빛 전망과 다른 큰 위기”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중국 최대의 풍력기업인 골드윈드(Gold Wind)가 한국에 진출한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며 “지난해 전세계에 3GW가 넘는 풍력발전을 설치한 골드윈드의 한국 진출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풍력업계는 시장만 키우면 도미노처럼 사업 여건이 좋아질 수 있다는 판단이지만, 현실적으로 시장을 대폭 확대할 뾰족한 방안은 없는 상태다.

오 대표는 “국내 최대의 해상풍력 사업인 서남해 2.5GW사업이 수년째 지연되고 있는데, 이런 대규모 사업이 잘 진행되면 시장 확대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며 “풍력산업의 중요성에 대한 전략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태승 대림산업 해상풍력팀장은“풍력을 비롯한 신재생에너지는 이해관계의 문제가 아니라 기후변화 대응 차원에서 생존의 문제라는 걸 전 국민이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