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원전기]

SPC(특수목적법인) 설립 지연, 인허가 갈등 등 숱한 어려움을 겪던 서남해 해상풍력사업에 또다시 제동이 걸렸다. 이번엔 참여기업이 없어서다. 1단계 사업에 착수하는 데 최소 2년 이상이 더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정부는 하부구조물 설치부터 실증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전체 사업 일정이 지연되는 것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서남해 해상풍력사업은 정부 주도로 추진되는 대규모 해상풍력사업이다. 1·2·3단계 사업에 총 9조원이 넘는 자금이 투입되는 대형 프로젝트로, 이번 사업이 마무리되면 원전 2기가 넘는 2.5GW 규모의 해상풍력발전단지가 조성된다. 그러나 각종 문제가 불거지면서 사업 일정이 재차 지연되고 있다.

17일 해상풍력추진단에 따르면 2016년까지 진행될 예정이었던 ‘서남해 2.5GW 해상풍력사업’의 1단계 실증사업이 빨라야 2017년에나 착수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사업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던 현대중공업이 입장을 바꾸면서 참여기업이 두산중공업 1곳으로 축소됐기 때문이다.

해상풍력추진단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이 사업 불참 의사를 밝히면서 참여기업이 두산중공업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라며 “1개 기업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의미가 없기 때문에 사업 지연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당초 정부는 현대중공업의 5.5MW급 풍력발전기 13기와 두산중공업의 3MW급 풍력발전기 7기로 1단계 실증사업을 추진할 계획이었다. 2011년 계획 수립 당시만 해도 삼성, 효성 등을 포함해 8개 기업이 참여할 예정이었지만 이들 기업이 연달아 불참을 선언하면서 최종적으로 현대중공업과 두산중공업만이 남았다. 그런데 이마저 두산중공업 한 곳으로 줄어든 상황이다. 현대중공업은 가격 협상을 거쳐 공급제의서를 제출할 예정이었지만, 경영진 차원에서 사업 불참을 전격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사업의 최종 마무리 시점을 2019년에서 2021년으로 연기한 정부는 다시 그 이후를 헤아려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유럽 해상풍력 시장의 개화시점인 2020년경까지 모든 사업을 마무리한다는 당초 계획은 사실상 달성이 어렵게 됐다.

정부는 1단계 실증사업에 앞서 풍력발전기 1~2기 규모로 하부구조물 실증을 우선 추진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기업들의 제품 개발이 완료되는 상황을 봐가며 본 사업에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두산중공업이 기존 제품보다 블레이드 길이를 늘리고 경량화한 제품을 2017년 상반기를 목표로 개발 중이며, 효성은 제주 김녕에서 5MW급 해상풍력발전기를 실증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이미 제품이 개발돼 있기 때문에 기업 차원의 의사결정만 뒤집으면 사업에 참여할 소지가 있다.

해상풍력추진단 관계자는 “사업 일정이 지연됐지만 다행히 전 세계 해상풍력시장도 예상보다 주춤해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며 “국내 풍력산업 육성을 위해 신속히 사업을 추진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